쿰쿰한 서재

정자전쟁 그리고 집단관음증

김힐링 2010. 8. 24. 15:43

제가 좋아하는 형님인  찬구형이 추천해 주신 '정자전쟁'은 인간의 성적인 행동 거의 대부분에 관해 해석해 주는 책입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시작되는 진화생물학의 명제인 '자손을 남기기 위한 첨예한 투쟁'은 성에 관련된 부분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고 있음을 실제로 일어날 법한 예시를 통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제같은 예시 덕분에 내용의 현실성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됨은 물론이며, 이해가 더욱 쉬워 집니다.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논문을 이렇게 쉽게 풀어쓰는 능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저자 서문에 보면 이 책이 논문을 기반으로 저술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성에 관한 새로운 지식을 섭렵할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상식과는 거리가 있는 지식들이지요.

이 때문에 책과 성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다거나, 이성에 대한 불신이 발생할 것이라거나, 인간의 도덕적인 존재라거나 하는 논란들이 발생했을 것은 명약관화입니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어쨌든 과학적 진실은 알려져야하고 무지로 인한 피해를 막는 것이 실제 발생하지도 않은(논란의 수준인) 사건을 우려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보다 실생활로 더욱 깊이 들어와야하고, 최소한 의료인들은 알아야 할 신지식(신지식이라기엔 이미 오래전 발표된 논문에 오래전 출판된 책이지만, 아직 알려진 바가 적다고 추측되므로)이 아닐까 합니다.

책의 내용을 살짝 응용해 본다면, 최근 가수 이은미씨가 언급한 10대 아이돌에 대한 '집단관음증'도 근본적으로는 대부분의 남자들이 젊은 여성(즉 임신 능력이 충분한 여성)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는 것과 같은 원리로서 아주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대중 매체는 성적인 코드을 삽입함으로써 본능을 이용해 금전적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경향이 강하고, 이차적으로 그러한 코드가 일반인에게 유통되게 함으로써 확대 재생산 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sexy라는 외국어를 사용하여 성적인 의미를 '아름다움', '매력' 등의 개념으로 희석시킴으로써 섹시코드가 사회에 만연하게 만들고 있지요.

일반인이 참여하는 연예 프로그램을 보면, 2차 성징이 나타나기도 전의 어린이들이 섹시 코드가 담긴 의상을 입고, 춤 추고, 노래를 하면서 그것을 보고 즐기도록 만들게 합니다. 어른 흉내죠. 아이들은 그 의미를 모릅니다. 이 정도에 이르면 도덕성을 따지기 이전에 생물학적으로도 부적합한 부분입니다.

문명은 상식과 도덕을 만들었고 이는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인간들 사이의 약속입니다. 약간의 본능 억제를 통해 더 많은 생물학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기에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지되어 왔겠지요. 그러나 현대 사회의 대중매체라는 문명은 상식과 도덕의 혼란을 야기시키고 이는 그간 얻었던 생물학적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대중 매체는 기획된 아이돌 외의 음악 장르를 선택할 기회마저 박탈하고 있지요.

저는 미성년자에게는 성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막아야한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성차단이 아니라 성교육이 되어야 겠지요). 다만, 흥행을 위한 섹시코드가 연예기획사와 대중 매체의 결탁에 의해 확대재생산 되는 상황은 돈의 논리를 따라가는 것일 뿐, 더 이상 자연스런 본능의 발현으로 볼 수는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