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들과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타이탄' 원제는 'Crash of the Titans'입니다. 타이탄 전쟁쯤 되겠지요. 그러나 타이탄은 안나옵니다. 메두사가 타이탄 중의 하나였다 정도가 전부. 실제로는 '페르세우스의 모험'을 각색한 영화로 신화의 이야기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1
영화의 시작부터 강조하는 것은 '신들과 인간들의 전쟁'입니다. 인간은 신들에 의해 창조되었으나, 신들의 가혹함에 지친 인간들은 점차 신들에게 반항을 하게 됩니다. 반항이라고 해야 신전을 파괴하고 신상을 무너뜨리고 기도를 금하는 것. 우리가 역사적으로 알고있는 종교 박해에 비하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것인데, 신들, 특히 제우스는 매우 분노합니다.
아바타의 3D 파워를 이용해 돈 좀 더 벌려는 마케팅을 하고 있네요. 마침 주인공도 같습니다만, 형 만한 아우도 잘 없거니와 '미리 기획된 3D영화가 아닐것이다' 라고 (친구들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2D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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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아직 안보신 분들은 영화를 보신 후 읽으시길 바랍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강조하는 것은 '신들과 인간들의 전쟁'입니다. 인간은 신들에 의해 창조되었으나, 신들의 가혹함에 지친 인간들은 점차 신들에게 반항을 하게 됩니다. 반항이라고 해야 신전을 파괴하고 신상을 무너뜨리고 기도를 금하는 것. 우리가 역사적으로 알고있는 종교 박해에 비하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것인데, 신들, 특히 제우스는 매우 분노합니다.
안그래도 인간과 제우스에게 복수를 노리던 하데스가 나서, 더러운 일은 내가 할테니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하고는 크라켄을 불러 아르고스를 멸망시키려고 합니다. 이제 미리 안배된 영웅 페르세우스가 인간을 구하기 위한, 신에 대항하는 모험을 시작합니다.
영화의 시작 나래이션을 듣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신-인간의 전쟁을 통해 지배자-피지배자의 관계를 비유한 것.
-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
- 신은 인간의 사랑으로 영생을 얻는다.
- 인간들이 신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자 공포로 다스린다.
모두 지배자-피지배자로 바꿔놓으면 딱 맞는 이야기들 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피지배자가 가혹한 지배자를 이겨내고 피지배자(인간들)의 세계를 만든다...로 끝나느냐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크라켄을 메두사의 머리로 물리친 페르세우스는 하데스를 신들의 검에 제우스의 벼락의 힘들 합쳐 다시 명계(명계)로 보냅니다. 그리곤, 모든 일이 끝나서야 나온 제우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듣지요. 그러면서 제우스는 한 마디 합니다.
'신의 검과, 페가수스의 힘을 빌어 물리쳤다'고요. 이미 세상은 피지배자의 힘만으로 지배자의 억압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일까요. 처음부터 주인공이 완전한 인간이 아닌 '데미갓(반신)'입니다. 게다가 지배자의 양면처럼 보이는 제우스와 하데스 중, 하데스를 물리침으로 해서 제우스와 화해하게 되는 이 상황은 피지배자는 언제까지나 지배를 받아야하며 결국에는 지배자와 화해해야 한다는 이야기 같아서 씁쓸합니다.
하데스의 추종자 중 우두머리로 나오는 남자는 사람들을 선동해서 안드로메다 공주를 하데스에게 바치자고 합니다. 마치 영화 '미스트'의 광신자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신의 종, 즉 지배자의 종으로써 그 역할을 제대로하지만 이런 부류의 등장 인물은 결국 죽고 말지요. 그는 신이 원하는 안드로메다 공주를 바치면 우리는 안전할 것이라고 외치지만, 실제로 신이 바라는 것은 인간의 공포였습니다. 안드로메다가 매달려 있을 때에도 크라켄의 촉수는 아르고스를 무지막지하게 내려치지요. 지배자는 피지배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선사하면서 조건을 항상 내답니다. '너희들 중 한명을 내 놓아라!' 그러나 그것은 피지배자를 분열하게 만들고 더욱 공포감을 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잘 보여줍니다.
이에 굴하지 않은 예가 있습니다.
로댕은 <칼레의 시민들 Les Borugeois de calais>이란 청동상으로 그들에 대한 경의를 표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잘 나타낸 대표적 작품으로도 거론되는데, 저는 지배자에 대한 피지배자의 저항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기를 눌러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들의 표정은 고뇌에 가득차 있습니다만, 또한 결의에 가득차 있는듯 하기도 합니다. 지배자가 노리는 공포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 앞에 선 그들을 화려하거나 영웅적이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표현한 멋진 청동상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습니다.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를 구해내는 장면을 수 많은 예술가들이 화폭에 담아내고, 그 이후 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와 결혼하여 잘 먹고 잘 산다로 끝나는데, 영화에서는 결과가 달라지네요. 또 다른 반신이 '이오'와 맺어지고 안드로메다 공주는 '버려'집니다. 원래는 인간인 이오가 여기서는 반신으로 등장했는데, 반신은 결국 반신일 뿐, 인간은 아니란 뜻일까요? 페르세우스가 마지막에 제우스에게 '내게 필요한 것은 모두 여기 있다.'고 하여 신이 되기를 거부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영웅전설이 온전히 인간이 신의 지배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는 없군요.
시간을 보내는데는 그만이었으나, 뒷맛이 씁쓸한 그런 영화였습니다. 아니면, 피지배들에게 '당신들도 지배자들의 무기로 지배자를 공격하시오.'란 메시지를 남기는 것인지도 모르겠군요.
그 밖에 : MMORPG 유저라면 분노했을 페르세우스의 행태들 :
- 친구가 준 베리 레어 아이템(거대 전갈의 등껍질로 만든 가볍고 튼튼한 방패, 신화에서는 아테네의 방패인데..)을 목적을 달성하자마자 내팽개 침.
- 메두사 레이드에서 탱커임에도 불구하고 어그로 작업을 등한시하여 파티원들을 사망케 함.
- 파티원이 모두 쓰러진 다음 레이드에 참가하지 않았던 힐러와 사랑에 빠짐...
그 밖에 2 : 주인공 제임스 워싱턴은 포스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드라코'역의 배우가 어디서 본 듯하더니, <007 카지노로얄>의 '르 쉬프'였군요.
- 메두사는 고르고들 중의 하나인 것으로 아는데, 타이탄과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타이탄과 고르고의 관계가 있나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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