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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게 웃기는 정치영화 '댄싱퀸', 2012

댄싱퀸
감독 이석훈 (2012 / 한국)
출연 황정민,엄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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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올라온 남자 아이와 서울의 새침한 여자아이. 선명한 대조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상큼한 러브스토리도 아니었고, 꿈을 찾아 떠나는 성장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전혀 사전 정보 없이 보았던터라 약간은 착각을 했었던 거지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중에 영화보겠다는 분들은 다음에 보세요.>

마침 제가 살았던 시절이더라고요. 영화 구매력이 있는 30대를 노린 감독의 전략이었을까요? 억지로 엄마 따라간 여탕, 그리고 거기서 만난 초등학교(그 때는 국민학교죠!) 같은 반 여자친구 에피소드는 어디선가 들어봤었던 이야기지요. 그러다 10년 뒤로 훌쩍 뛰어넘어 '엑스세대'를 이야기합니다. 클럽과 '신촌 마돈나', 그리고 데모와 그 와중에 언론의 과장으로 만들어지는 '민주투사'. 약간은 무거울 수도 있는 분위기를 웃음으로 살짝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10년을 뛰어넘어 지금으로 옵니다. 늦깎이로 사시에 합격하고, 돈은 잘 못버는 인권변호사가 된 황정민과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하는 엄정화 부부.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황정민은 유명인사가 되고 결국 '민진당'의 서울시장 경선에 뛰어들게 되지요. 

이 부분에서 '민진당'과 '황정민'의 이미지가 재밌습니다. 파란색을 대표 색으로 하는 민진당은 이름은 민주당과 비슷합니다만은, 병역비리 후보자들, 위장전입한 의원들 모습을 보여주며 한나라당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황정민' 서울'턱'별시장 후보로 말할 것 같으면, 민주화 운동 출신에 경상도 사투리를 인권변호사이죠.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당 내 지지도는 낮고, 일반 시민들의 지지가 높았습니다. 보면서 금방 박원순 서울시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서울시장 경선까지의 선거 운동 과정도 현실의 재밌는 비틀기였습니다. 사진찍으러 가는 봉사활동, 민진당 내의 계파간 힘싸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서로 헐뜯기 같은, 현실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웃음으로 포장해서 보여줬지요. 

이 영화에서 심각하게 봤던 두 대목을 꼽으라면, 하나는 정민과 정화가 서로의 꿈때문에 충돌해서 말싸움 하는 장면입니다. 꿈을 찾고 싶다는 정화의 말에 정민은 '그래 니 말이 다 옳다'고 하면서 서로 갈 길을 가자고 합니다. 이런 수긍할 줄 아는 맛, 그런데서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는 것이겠지요.
두번째 지점은 정민이 경선을 포기하려는 순간 정화가 그만두지 마라고 한 이후에 하는 연설부분 이었습니다.

"저는 머저립니다. 마누라가 시키는 대로 하는 머저립니다."



아, 감독님이 차마 '바보'라는 말을 쓰지는 못했구나 싶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르면서 가슴이 아프기도 하더군요.

감독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우리는 병역 비리, 위장전입, 부패, 정치꾼의 이미지에 당연하게도 한나라당을 대입하게 됩니다. 반면에, 서민, 솔직함, 젊음같은 이미지들은 박원순, 노무현같은 사람들을 대입하게 되지요.(민주통합당은 여기에 넣기가 망설여집니다.)

사실 감독의 의도가 관계있지요. 많이 관계가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이러한 이미지가 더욱 강화되기를 바라는것 같거든요. 엔딩 크레딧에서 황정민은 서울시장 후보 2번으로 나옵니다. 의도에 확신을 하게하는 표지.

웃음으로 가볍게 다가갔기 때문에 진지함과 깊이는 없습니다만, 감독의 의도는 오히려 잘 전달되지 않을까요? 무게를 더하다가 오히려 재미없는 영화가 되는 것보다는 말이죠.
그렇지만, 개그 코드가 너무 뻔~ 합니다. 이 다음에 어떻게 웃기겠구나 예상이 되더라고요! 그리도 한 참 웃으면서 봅니다. 이미 익숙한 맛도 잘 조리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네요.